몇번 소개드렸지만 제 위로 두 세대는 한국 근대사의 전형입니다. 제 아들이 이런 글을 쓰게되는 날이 온다면 저까지 포함해서 자기만의 근대사 운운하겠지요. 일제시대 농부, 625이후 다 무너진 사회의 건설기술자, 제조업 시대의 저까지 대한민국의 20세기를 관통하는 삼대 직업의 변천사가 보이시는지요?
여태 저는 인생의 고비라 생각했던 대입, 취업시기를 수시로 되뇌이며 힘든 직장일을 견디며 왔는데요.. 할아버지, 아버지 시절의 비슷한 청춘초입 어려웠을 상황을 감정이입해 가며 내가 겪은 IMF가 그나마 낫지 않았을까 라고 자조했던것 같습니다. 1919년생의 20대였던 할아버지는 당시 부족했던 나무에 주목해 투자하셨다고 하고, 1943년생인 20대 아버지는 6.25에 월남전에 온갖게 다 파손된 사회에서 건설업으로 진출했지요.
제 경우, 다시는 안올수도 있는 '그나마' 전쟁이 잦아들었던 20세기 말에 사회에 나와 어설프게 민주화되고 경험없는 자본주의 경제 운영속에 외환 사태라는 성장통을 된통 겪은거지요. 다행히 일본의 제조경쟁력이 떨어지는 와중이라 한국이 제품 만드는 그 사업들을 많이 이어갈 수 있어 한해 100만명 세대의 일자리들을 채울 수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이들고 주된 직업의 내리막길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고 말았네요. 할아버지의 50대중반을 생각해보면 농부로의 전성기를 구가하셨던것 같습니다. 당시 저와 동생이 포도밭에서 웃고 있던 모습이 떠오르는걸 보면 말이지요... 부친의 경우 저와 딱 29년차이신데 IMF 즈음해서 자녀 교육문제가 해결되고 어려웠던 경제위기가 잠시 지나자 제조업 부흥과 함께 금융위기전까지는 일을 하신건 같습니다. 한분은 땅을 일구고, 다음 세대는 땅을 개발하고 그랬나 봅니다.
문제는 요즘 저희 세대겠지요.. 세대별로 퉁쳐서 모든건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 분위기도 무시는 못할 큰 변수니까요. 고용 보장시대를 지나 상시 구조조정시대인 현 시기는 작지않는 기업에 붙어있는 저도 이제는 마음을 졸여야 하는 나이는 물론이고 일본의 마지막 제조업 전성기를 현재 한국 기업들이 더심하게 맞이하고 있다보니 입사할때나 퇴사할때나 언제쯤 좋았나 싶음 심정인데요 앞선 세대와 같은 글라이딩을 할 수 있으려나요..
영화는 얼마전 방영된 '서울 자가 김부장~'이야기처럼 다시한번 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25년 동종업계 근무로 해당 분야 최고상까지 받은 '만수'의 '살벌한 재취업기' 되겠습니다. 번듯한 이층 양옥에 인생의 정점을 찍은 시점부터 영화는 시작하며 앞서 얘기한 커리어의 하산길 선택을 결정하는 스토리인데요 다 보고 나니, 앞선 제목을 '읊조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정확하겠네요..
영화를 보시고 아마 불편함을 호소한 분들이 많으셨던것 같습니다. 보는내내 조여오는 수사망과 엉망이 되어가는 가정분위기가 결합해 '어쩌나~'를 외치던중 만수의 계속된 선택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며 영화가 마무리 되는데.. '이게 맞나~'라는 찜찜함 말입니다. 감독은 영화 공개후 인터뷰에서 분명히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가 없다고'하는 어리석음에 대한 영화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하는 많은 행동과 선택에 대해 '진인사 대천명'까진 아니더라도 여러 방향에 대한 심사숙고 정도는 이성적으로 할 수 있어야겠지요. 답이 있는 문제를 빨리만 푸는 습관을 가진 우리 세대에겐 결론을 내놓고 거기에 끼워 맞추는 습관이 너무 오래 지속된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이제는 영상의 기온만 보이는 봄날이 완연한 듯 합니다. 저도 마음을 좀 내려놓고 분재같은 사물이 아닌, 실제하는 자연을 보러 밖으로 향해보려구요 따뜻한 주말들 되시기 바랍니다. - The En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