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초대 총장을 역임한 권상로박사 전생 이야기
1879년 2월 28일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석봉리 에서 아버지 권찬영(權贊泳)과 어머니 전주이씨 이하룡(李河龍)의 딸 사이의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서 한학을 공부하고, 18세 때인 1896년 출가해 문경 김룡사(金龍寺)에서 서진(瑞眞)을 스승으로 승려가 되었다
김룡사 (경북문경운달산)에 못생기고 미련한 찬(璨)스님이 살았다. 일찍 절에 들어왔지만 조실스님은 찬스님에게 글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찬스님은 부목처럼 아궁이에 넣을 땔나무나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열대엿 살의 아이가 머리 깎고 출가하여 조실스님에게서 글을 배우고 있었다. 찬스님은 분한 마음이 나 견딜 수 없었다.
나이 오십이 넘도록 땔나무나 하러 지게 지고 산을 오르내렸는데, 아이는 출가하자마자 편안하게 온돌방에 앉아 불경을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 찬스님은 조실스님에게 달려가서 불만을 터뜨렸다.
큰 스님, 저에게는 땔나무나 시키면서 왜 저 애송이 사미에게는 글을 가르쳐주십니까?
조실스님은 소리 없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네가 이제야 내 앞으로 오는구나.
조실스님은 찬이 이제야 공부할 준비가 되었다고 여기면서 지시를 했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저 응진전에서 염불부터 해라. 왜 염불을 합니까? 경전이나 참선공부는 아직 네 근기와 맞지 않느니라.
이후, 응진전에서 시작한 찬스님의 염불이 99일째 되는 날 한밤중이었다. 갑자기 불빛 한 점이 컴컴한 허공에 나타나더니 절 앞의 산 능선을 넘어 석봉리 마을로 날아갔다. 조실스님도 불빛을 보고 있었다.
조실스님은 그 불빛이 찬의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불빛은 당시 석봉리에 살고 있던 어느 부인의 입으로 들어갔다. 부인 역시 꿈에서 자신의 입으로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남편인 권씨를 깨웠다. 여보, 여보. 왜? 잠자는 사람을 깨우고 그래. 불이 내 입으로 들어갔어요.
부인의 예기를 듣고 난 권씨는 길몽이라 생각하고는 그날 밤 물을 데워 함께 몸을 깨끗이 씻었다. 천문(天門)이 열리는 자시(子時)가 지나고, 지문(地門)이 열리는 축시(丑時)가 지났다. 그들 부부는 천지 만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인시(寅時)에 합궁을 했다. 동짓달이었으므로 밖에는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다음 날이였다. 두 부부는 찬스님이 응진전에서 좌탈입망 했다는 소식을 듣고 김룡사로 달려갔다. 조실스님이 두 부부에게 말했다.
근전래(近前來)하라! 근전래란 가까이 오라는 말이었다. 조실스님이 의미심장하게 한마다를 했다.
인연이 지중하니 응진전에 가서 기도하라!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부인 열 달 만에 아기를 낳았다. 권씨는 날이 밝자마자 기쁜 나머지 젠 걸음으로 김룡사에 갔다.
그때 조실스님은 주장자 끝에 미역을 달고 일주문 밖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조실스님, 어디로 가십니까?
조실스님은 말 없이 주장자를 권씨에게 내밀었다. 그제야 권씨는 주장자 끝에 달린 목도리 같은 것이 미역이 줄 알았다.
큰스님, 다 알고 계셨군요. 사실은 큰스님께 이름을 부탁드리려고 달려왔습니다. 지어주실 이름을 이미 점지해두셨군요. 꿈에 찬스님을 보았으니 몽찬(夢璨)이라 해라.
권씨는 아들의 아름이 스님의 법명 같아서 불만이었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두 부부는 혹시나 아들을 절에 빼앗길까 염려되어 절에서 더 먼 점촌으로 이사를 갔다. 그러나 몽찬은 공부를 하러 한양으로 가려고 하던 중 어머니와 함께 소원 성취를 위해 김룡사로 기도하러 갔다가 출가해버리고 말았다.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지만 찬스님의 혼이 권씨 부인의 입으로 들어가 듯, 불가에서는 혼이 윤회 전생하다고 믿는다. 혼백 중에서 눈에 보이는 백(몸)은 지수화풍으로 돌아가지만 혼은 윤회 전생하는 것이다.
불경공부에 소질이 없던 찬스님이 염불과 기도를 해서 그 공덕으로 다음 생에는 대강백이 되었다는 인연 이야기다. 그는 해방 후인 1946년 4월 동국대학교 교수에 취임했고, 1952년 동국대학교 학장을 거쳐 1953년 2월 초대 총장직을 맡았다. 1955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1962년 동국대학교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맙습니다
단양 방곡리 회부 묘허스님의 법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