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주름이 늘어나는 일일까, 흰머리가 많아지는 일일까. 나는 요즘, 나이 듦이란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마음이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젊을 때는 늘 비교 속에 살았다. 누가 더 빠른지, 누가 더 앞섰는지, 누가 더 인정받는지. 남의 기준이 곧 나의 기준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는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고, 각자의 오르막이 다르다는 사실을. 건설현장을 오래 지켜보며 배운 것도 비슷하다. 기초를 다지는 일은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시간이 건물을 버티게 한다. 삶도 그렇다. 젊음이 외형을 세우는 시간이라면, 나이 듦은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다.
잃는 대신 얻게 되는 것
나이가 들면 분명 잃는 것도 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대신 얻는 것이 있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마음, 웬만한 말에는 흔들리지 않는 태도, 웬만한 실패에는 무너지지 않는 중심. 젊을 때는 하나의 실수에도 세상이 끝난 듯 괴로웠다. 지금은 안다. 대부분의 일은 지나가고, 시간은 결국 정리해 준다는 것을. 그래서 여유가 생긴다.
싸우지 않아도 되는 자유
예전에는 이겨야 직성이 풀렸다. 논쟁에서도,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그러나 지금은 안다. 모든 싸움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더 큰 지혜이고, 침묵이 가장 단단한 대답일 때도 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이 한마디가 관계를 지키고 내 마음을 지킨다.
여유란 무엇인가
여유는 돈이 많아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남아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여유는 덜 흔들리는 상태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내가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아는 상태. 나이 듦은 쇠퇴가 아니다. 선별의 과정이다. 불필요한 욕심을 덜어내고, 과도한 경쟁을 내려놓고,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는 시간. 그 끝에 남는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조용한 평온이다. 돌이켜 보면 젊음은 빛났지만 불안했고, 지금은 화려하지 않지만 안정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시간이 나를 깎아내는 것이 아니라 다듬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도 조금 느리게, 조금 덜 흔들리며,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