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2일 금요일
한국에 온 지 벌써 5개월. 다음 주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L1A라는 미국 취업비자를 받는 일이 이렇게 늦어질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2월쯤 인터뷰를 하고 바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절차는 계속 미뤄졌고 결국 벌써 9개월째다. 느려터진 미국인들이 문제인지,아니면 정말 절차가 까다로운 것인지 미국 변호사를 직접 만나봐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지난주 출장 왔던 제품 개발자 Vito의 마지막 출근 날이다. 그는 내일 보스턴으로 돌아간다. 일주일 동안 아침저녁으로 함께 출퇴근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간 인간적인 공감대도 형성된것 같다. 앞으로 미국에서 이 친구와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야 하기에 친분을 더 두텁게 쌓아야 한다. 오후 5시, 이** 이사님와 함께 켄틴에서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고 커피도 한 잔 했다. 나의 아내를 소개시켜주고 지금껏 잘 챙겨주셨던 누나같은 이사님 7시가 조금 넘어 Vito를 호텔에 데려다주었다. 5월 초 플로리다 NPE 전시회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과도할 만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 곧장 남원으로 출발했다. 245km, 남원 3시간 정도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비가 으스스하게 내리고 차까지 막히는 바람에 결국 4시간이 걸렸다.
1년 동안 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는 내가 태어난 나의 고향, 곧 없어질 마을이라고 뉴스에도 나온 나의 고향 슬프다. 오수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다리 밑을 지나 덕과로 들어가는 길. 사매 쪽으로 우회도로가 뚫리면서 덕과면은 더 가난해진 것 같다. 소재지를 지나 언덕 위에 있는 국민학교가 흐릿한 빗방울 속에 젖어 더 쓸쓸해 보인다. 지금은 몇 명이나 다닐까. 폐업한 주유소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이 우리 동네의 현재를 말해주는 것 같다. 드디어 도착. 엄마 아들을 기다리다 잠깐 잠이 들었던 엄마. 흐흐 데니 왔어? 입춘이 한참 지났지만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거실은 냉장고처럼 차갑다. 어둡고 서늘한 공기가 방 안에 그대로 멈춰 있는 느낌이다. 배 몇 조각을 먹고 작은 방 침대에 누웠다. 전기장판이 켜져 있었는지 이불 속은 마치 누에집처럼 따뜻하다. 엄마는 거실 소파 위에서 잔다. 아껴 쓰는 것이 몸에 밴 우리 엄마. 전기 한 톨 마져도 아끼는 우리 엄마는 어쩌면 진정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애국자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