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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성장 이후의 삶의 선택2026-03-11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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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이 개인적 욕망의 합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고, 한국 사회는 그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 나라다. 전쟁 직후의 빈곤국에서 불과 수십 년 만에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온 과정은 분명한 성취다. 성장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그만큼 더 행복해졌을까.

소득은 늘었고, 소비는 풍요로워졌다. 집은 커졌고, 선택지는 많아졌다. 그러나 불안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비교는 더 치열해졌고, 실패의 비용은 커졌다. 성장은 집단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불안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잘해보자는 말은 언제나 옳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의 욕망은 쉽게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가진 사람은 더 지키려 하고, 아직 가지지 못한 사람은 더 빠르게 따라잡고 싶어 한다. 이 긴장 속에서 정책은 언제나 뒤늦게 따라가는 역할에 머문다.

최근 한국의 집값 정책도 이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다주택자에게 압박을 가해 집을 팔게 하면 공급이 늘고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누가 살 것인가.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은행 빚을 내어 집을 살 이유는 없다. 결국 공급은 나와도 거래는 멈추고, 시장은 관망 상태에 빠진다.

이 장면을 보며 나는 과거 바나나 가격이 떠올랐다. 한때 바나나는 귀한 수입 과일이었고 가격은 매우 비쌌다. 해결책은 단순했다. 수입을 늘리고 충분히 공급하자 가격은 자연스럽게 안정되었다. 억지 규제도, 심리 자극도 필요 없었다. 충분함이 해답이었다.

주택도 다르지 않다. 구매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주택 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신뢰의 문제에 가깝다.

성장은 인간의 본능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성장 이후의 사회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장보다, 이미 풍요로운 사회에서 어떻게 덜 불안하게 살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말했다.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

나는 여기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성장 이후의 사회에는, 새로운 삶의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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