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서운 사랑 / 박노해
봄날 오후, 카페테라스에서 마악 사랑을 시작한 듯한 남녀가 스마트폰도 들여다보지 않고 서로의 눈과 입술과 목선을 어루만지듯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다
3초 10초 15초 바로 그 순간, 이 15초 동안, 어떤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두 남녀는 15초간 흘러갔고 타올랐고 갈라졋고 변해갔고 늙어갔고 죽음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삶은 시간 속에 놓여 있고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것
존재한다는 건 붕괴의 과정이 아닌가 사랑이라는 건 퇴색의 과정이 아닌가 인생이라는 건 소멸의 과정이 아닌가
아 이 얼마나 무서운 생의 순간인가 이 얼마나 무서운 사랑이고 삶인가
그러니 붕괴와 소멸의 한가운데서 저 빛나는 절정의 15초, 또 15초, 다시 15초 우리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