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비행기로 출국해야 하는 딸을 서울에서 2시간 남짓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이 참으로 먹먹했습니다.
3일 여정으로 급히 입국해서 서둘러 출국해야 하는 아이 일정에 제 일정도 있다보니 어찌어찌 두어시간이 전부였네요.
봉투에 천몇백유로를 넣어서 딸아이에게 건네주니, 한사코 받질 않아요. 그러면서 미안하고 민망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말을 시작합니다.
"엄마가 나한테 돈 보내주느라 늘 환율에 전전긍긍 했었는데 이제 안 그래도 돼. 어느곳에 있어도 택시비 검색 안하고 다녀도 되고, 비지니스에, 라운지에 많은 것을 누리며 잘 지내고 있으니 그 보다도..."
찬찬히 들어보니 국적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아이는 부모와 다른 국적을 원하지 않는다 하여 영주권자로 지내고 있었는데, 몇주전 유럽 유명 대학에 교수로 임용이 되었고 지난주에 계약서를 썼는데 비자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리게 되었던가봐요.
아이 스승이신 분께서 아이가 시민권을 충분히 받을수 있음에도 오랜 시간 망설이고 있었던 이유가 부모와 다른 국적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을 알았다, 유럽에서 편히 지낼수 있도록 부모가 잘 이야기 해주길 바란다는 메세지를 미리 전해왔던터라 아이에게 부모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주었어요.
20대 중반까지 한국 국적으로 잘 자라주었고, 그만하면 나라에도 큰 기쁨을 안겨줬으니 부모한테, 또 나라에 미안한 마음 내려놓고 편히 원하는 학문을 할수 있도록 국적에 자유롭도록 하라 했어요.
수서역까지 한번에 가는 지하철이 있어서 그걸 타려는 엄마한테 택시 타고 가라고, 안 그러면 공항까지 자기가 어떻게 편하게 가겠느냐며 매니저한테 엄마 택시를 부탁하는 아이의 얼굴을 눈에 꾹꾹 담아두고 집 오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물이 났어요.
교수 임용 소식 듣고 제일 먼저 동생한테 보낸 카톡 내용이,
이제 언니가 얼마든지 도울수 있으니 하고자 하는 학문을 찾아서 공부하러 와도 좋고, 언니 있는 곳에서 함께 찾아도 되니까 언제든 오라고 보냈더라구요.
20대 중반 아직 한참 어설픈 나이에 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던 속 깊은 아이한테 더 못해준것이 미안한 부모는 시계만 보고 있습니다.
한달 동안 집에 있었던 시간이 반나절도 안되더라,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이 훨 많았다는 딸래미가 지금쯤은 도착했으려나 하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