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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詩로 여는 아침] 이 무서운 사랑 / 박노해2026-03-19 15:29
작성자
이 무서운 사랑 / 박노해


봄날 오후, 카페테라스에서
마악 사랑을 시작한 듯한 남녀가
스마트폰도 들여다보지 않고
서로의 눈과 입술과 목선을
어루만지듯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다

3초 10초 15초
바로 그 순간, 이 15초 동안,
어떤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두 남녀는 15초간 흘러갔고 타올랐고
갈라졋고 변해갔고 늙어갔고
죽음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삶은 시간 속에 놓여 있고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것

존재한다는 건 붕괴의 과정이 아닌가
사랑이라는 건 퇴색의 과정이 아닌가
인생이라는 건 소멸의 과정이 아닌가

아 이 얼마나 무서운 생의 순간인가
이 얼마나 무서운 사랑이고 삶인가

그러니 붕괴와 소멸의 한가운데서
저 빛나는 절정의 15초, 또 15초, 다시 15초
우리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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